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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라이트, Surpised by Hope

톰 라이트의 Surpised by Hope

톰 라이트는 역사적 예수 연구와 역사적 바울 연구, 바울신학에 대한 새로운 시각 New perspective로 명성을 얻은 학자이다. 신약성서가 형성되는 시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신약성서를 이해할 때 좀더 진실에 가까운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강조하였고, 그런 시각에서 종교개혁 이후의 신학적 발전을 재검토하였다. 이런 접근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신약의 의미를 더욱 깊게, 더 풍성하게 이해하도록 도와 주었다.

이번에 본 Surprise by Hope은 새로운 접근이 제시해주는 톰 라이트의 하나님의 나라, 부활, 교회의 미션에 대한 설명이자,  신약성서의 전체에 대한 의미에 대한 설명이다. 전통적인 입장의 기독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이지만, 좀더 역사적인 배경을 염두에 둔 신학적인 논증으로 설득력이 더해진 설명을 제시한다.

Part 2의 6장부터 11장은 저자의 역사적 기독교에 대한 설명이고, Part 3의 12장부터 15장은 결론이자 새로운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는 교회의 역할에 대한 함의에 대한 설명이다. 기존의 기독교 변증에 비해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한 기독교에 대한 설명은 역사적 기독교가 근본적으로 이원론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득력있게 논증하고 있고, 교회의 역할도 기존의 이원론적인 태도와 활동을 넘어서는 창조적인 미션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개인주의적 구원관이 지배하고 있는 현대 교회에 대해서 거시적인 전창조질서 차원의 구원을 강조함으로써 전인류적인 교회의 미션을 제시한다.

삶의 현장에서의 예배, 신앙의 요체로서의 삶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역사적인, 신학적인 연구로서 그 근거를 뒷받침해 주는 좋은 책인 것같다. 우리가 신앙에 대해서 더 깊이 알수록, 우리의 삶 전체를 그리스도인으로, 통합적으로 살아가야한다는 점을 신학적으로 정당화해주며, 목회적으로 방향을 지도해주는 좋은 책으로 ‘내가 뽑은 성숙한 신앙을 위한 필독서’ 반열에 올려놓는다.

공동체의 자기부인

기독교의 본질은 ‘사랑’이 아니라 ‘믿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자기와 노선이 다르다고 정치력을 동원하여 반대자를 가차없이 숙청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래도 언행일치는 이루었으니 안 그런 사람보다는 나은 것일까? 이런 거 보면 종교라는 것, 특히 기독교, 없느니만 못한 것같기도 하다.

기독교의 핵심은 ‘사랑’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먼저이고 믿음과 소망이 따라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성경의 주장 아닌가.

물론 여기서 ‘사랑’은 사랑하는 주체의 자기부인을 전제로 한 사랑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좇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위해 희생하는 사랑. 그래서 우리는 인류의 구원을 위해 낮아지고, 약해지고, 가난해지고, 죽음을 경험한 예수의 사랑을 가장 숭고한 사랑의 모범으로 보는 것이다.

공동체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다는 것도 어느 한 개인이 자기부인을 통해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든 인류의 구원을 위해 낮아지고, 약해지고, 가난해지고, 죽음을 경험하는 ‘자기부인’을 공동체가 경험해야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모였을 때 생기는 힘을 부인하고 이웃과 더 큰 교회를 위해 조용히 일하고 겸손히 사라지는 ‘자기부인’을 공동체가 경험해야한다. 자신들의 아젠다와 정체성, 응집력을 포기하고 이웃들을 섬기고 사라지는,우리보다 더 큰 우리를 위해 자신을 죽이는 ‘자기부인’을 할 때 그 공동체는 생명을 얻을 수 있다. 마치 예수님이 십자가로 부활을 얻었듯이.

사람들이 모이면 모임 자체에서 그 조직은 힘이 생긴다. 그리고 그 힘으로 자신들의 종교적 아젠다를 추구하려는 이들이 생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유혹자의 말대로 세상의 영광과 권세를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십자가가 아닌 권력과 힘으로 하나님 나라를 만들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