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서

우리집에 대대손손 지켜야할 훈요10조를 만들었는데 그중 제2조는 “책값과 부조금은 절대 아까워하지 마라”이다. 제2조에 대한 시행령으로 “아파트는 못사더라도 세계적인 출판사들의 전집은 웬만하면 장만하라”와 “경사는 부조금만 보내도 되나 애사는 꼭 방문하여 애도하라”이다.

책이라는 게 생각날 때 뻗어서 손 닿는 곳에 있어야 볼 수 있는 것이지 그 때서야 인터넷 찾고 파일 뒤지고 하면 벌써 마음이 흐트러진다. 그리고 인류의 지식창고에 해당하는 세계적인 출판사의 총서 “very short introduction series”, 이와나미 문고, 프랑스의 갈리마드시리즈(우리나라 번역본은 시공디스커비러총서)이런 것들은 쉽게 관심갖기 어려운 주제들도 접근할 수 있게 주제와 설명을 잘 하고 있다. 독서에 있어 편식을 하면 잘못되기 때문에 인류의 중요한 지식에서 빠뜨리지 않고 접해볼 수 있도록 해주는 총서류가 긴요하다.

이런 책들 성경책 읽듯이 손에 들고 읽는 것이 흑백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르네상스적 마인드를 함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총서의 다양한 주제를 쭉 훑어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복잡한 세상을 어느 정도 복잡한 그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이런 총서를 돈 좀 들여서 세트로 구비해놓고 심심할 때 하나씩 꺼내 읽어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야말고 교육의 요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번에 시공디스커버리총서 장만에 이어, 이번에는 아쉬운 점이 많긴 하지만 노력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총서시리즈인 살림지식총서 1-100 셋트를 아그들의 교보재라는 명분으로 질렀다. 사실은 내가 갖고 싶어서. 이거 이제 600번째 책 바라보는데 전권 사도 이백이면 된다. 앞으로 천천히 전권 마련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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