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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한 대학강사의 변

한 대학강사의 변

– 이상호

 

제가 일하고 있는 작업실은 24시간 전천후용입니다. 이 작업실을 계약하고 처음으로 한 것이 없는 살림에도 불구하고 샤워실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책장을 둘러 조그만 공간을 만들고 침대도 들여놓았습니다. 간단하게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싱크대도 갖추었죠.

사실 이렇게 한 것은 결혼 전의 일입니다. 책이 많았던 탓에 원룸에 입성하려고 하자, 책장이 다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지도교수님께서 가지고 계시는 자료를 보관해야 할 곳도 필요하고 해서, 20평이 조금 넘는 사무실을 얻고 작업실 겸 자취방을 만든 것이었습니다.

 

상권(商圈)하고 전혀 상관없이 작업실을 구하다보니 교수님께서 보태주시는 임대료에 조금만 보태면 매달 임대료를 지불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취경력 15년 중에 가장 넓은 저택 겸 개인 연구실을 갖게 된 셈이었죠. 6시간 정도 잠자는 시간 빼면 언제나 일에 파묻힐 수 있는 이 공간은 공부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추운 겨울이면 따뜻한 방이 그리운 것도 사실입니다. 결혼을 하면서 마땅히 그래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학자로서의 삶을 살기로 마음먹으면서 포기했던 여러 가지 중에 하나가 ‘편안한 잠’입니다. 늦게까지 작업실에 앉아 있는 것이 다반사이고, 새벽에 잠을 깨우면서 다시 일에 매달려야 하는 생활이 벌써 근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한 번은 지도교수님에게 술김에 툴툴거리면서 “대학원 진학한 이래로 단 하루도 마음 편하게 발뻗고 자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하자, 교수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난 벌써 20년을 그렇게 살았네. 내가 그런데 제자들이 나 보다 편한 잠을 자는 것을 어떻게 봐 주겠나”라고 하십니다. 교수님은 “교수에게 주어진 권리 뒤에 있는 학자로서의 책임을 자각하지 않으면 학자일 수 없다”는 말도 더하셨던 것 같습니다.

 

결혼을 하면서 아내와 첫 타협은 ‘논문 쓰는 기간만큼의 외박 양해’였습니다. 물론 ‘논문’ 속에는 여러 의미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죠. 책을 보고 글을 쓰고 수업을 준비하고 하는 모든 행위들을 한 마디로 표현한 말이 ‘논문’입니다. 남편의 ‘성실성’ 하나만 믿고 결혼했다는 아내의 공언이 스스로의 함정으로 작용하는 순간이었죠.

 

사실 하루 하루의 일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일년에 네 편 정도의 논문이라도 쓰기 위해서는 거의 쉬는 날이 없어야 합니다. 한국 철학을 전공하는 관계로 연구는 주로 한문으로 된 원문 텍스트 검토가 주류를 이룹니다. 논문 한 편을 위해 아무리 빨리 검토를 해도 두 달은 빠듯하기만 합니다. 그 사이에 기타 참고 문헌들을 검토하고 선행 연구 사례들을 조사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리고 집필 단계가 아무리 못해서 3주에서 한 달은 걸리는 작업입니다.

 

그 와중에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출판사나 기타 다른 곳에서 원고 청탁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팀 작업으로 하고 있는 번역도 조금씩 해야 하고, 제가 평소에 관심을 두었던 책도 조금씩 번역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학기 중에는 이어지는 학생들과의 토론회나 학회의 논문 발표 같은 것이 끼어 있으면 그야말로 초죽음이 되기 일쑤입니다.

 

몇 달을 그렇게 살다보니 아내와 저는 다시 타협이 필요해 졌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토요일 저녁은 집에 들어오고, 일요일 하루는 아내와 같이 보내기로 했습니다. 한 주 동안 미루어 두었던 데이트를 한꺼번에 하기로 했죠. 대신에 아내는 6일 동안은 일요일에 해야 할 일까지 모두 하고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같은 대구 땅에 살면서도 주말부부가 된 사연입니다. 대신 평일에 아내가 저를 보고 싶으면 작업실로 찾아오기로 했습니다.

 

각기 형태는 다르겠지만, 질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대부분 강사들이 저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작업실이 있어서 주말부부의 형식을 띠지만, 어떤 사람들은 골방에서 혹은 도서관에서 이러한 삶을 보낼 것입니다.

 

학자가 되기로 마음먹으면 참으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합니다. 특히 교수가 될 수 없는 환경을 알고서도 학자의 길을 택한 사람들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50만원짜리 차가 벤츠보다 더 좋게 느껴져야 하고, 소주 한잔에 먹는 삼겹살이 소고기 보다 훨씬 맛있어야 합니다. 신혼의 단 꿈보다는 신혼기간에도 놓을 수 없는 일들이 우선되기도 합니다. 목적이 ‘돈’에 있지 않기 때문에 체질적으로 ‘자족’할 줄 모르면, 이 생활은 참으로 힘들기만 합니다.

 

이처럼 힘든 삶을 왜 굳이 하느냐라는 많은 질문들에 대해서는 굳이 대답을 회피하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소중한 가치’는 있는 법이고, 그 가치들을 모두의 자리에서 실현시켜 낼 때 우리 사회는 참으로 아름다워지리라는 말로 대신합니다. 그러나 나의 가치가 다른 사람에게 소중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기에 굳이 ‘설득’의 변을 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돈이 많든 적든 여기에 ‘나의 일’이 있습니다. 내가 평생을 살면서 해야 할 일이 왜 하필 ‘그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천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왕 하는 것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를 원합니다. 이 때문에 생산성 없는 일일지라도, 그것을 위해 밤을 새고 주말부부 아닌 주말부부로 살기도 합니다. 아마 많은 강사들 역시 그러하겠죠.

 

주말이면, 아내는 늘 제게 ‘고생’이라는 말을 빼 놓지 않습니다. 언제쯤이면, 이러한 생활이 끝날 것인지를 묻는 아내의 말에 그냥 빙그레 웃기만 합니다. 이 삶을 선택할 때부터, 그냥 묻어나기만 하는 웃음이죠. 삶과 생활에서 지치고 힘들지만, 많은 강사들은 또한 이 웃음을 가지고 삽니다.

 

처우에 대한 불합리성을 말하면서도, 집과 작업실로 돌아가면 다시 책을 잡습니다. 어쩌면 많은 강사들이 자신의 처우에 대해서 말은 하지만, 적극적 행동으로 이행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 학술의 미래를 이러한 사람들을 통해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바람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미래 속에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내가 감당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같은 대구 땅에서도 주말부부로 살아야 하는 아내에게는 늘 미안하기만 합니다.

 

[오욱환] 학문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젊은 학자들을 위하여

출처: 한국교육학회 뉴스레터 260호(2009.9)

제목: 학문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젊은 학자들을 위하여

이화여대 오욱환

인생은 너무나 많은 우연들이 필연적인 조건으로 작용함으로써 다양해집니다. 대학에 진학한 후에는 전공분야에 따라 전혀 다른 인생길로 접어든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을 겁니다. 전공이 같았던 동년배 학우들이 각기 다른 진로를 선택함으로써 흩어진 경험도 했을 겁니다. 같은 전공으로 함께 대학원에 진학했는데도 전공 내 하위영역에 따라, 그리고 지도교수의 성향과 영향력에 따라 상당히 다른 길로 접어들었을 겁니다. 그것이 인생입니다.

저는 한국교육학회나 분과학회에 정회원으로 또는 준회원으로 가입한 젊은 학자들에게 학자로서의 삶이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몇가지 조언을 하고자 합니다. 이 조언은 철칙도 아니고 금언도 아닙니다. 학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노하우라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읽기를 바랍니다. 이 조언은 제가 젊었을 때 듣고 싶었던 것들입니다. 젊은 교육학도였을 때, 저는 이러한 유형의 안내를 받지 못했습니다.

직업에 따라 상당히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직업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결정적이기 때문에, 저는 직업을 생업(生業)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학문은 권력이나 재력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학자로서의 성공은 학문적 업적으로만 판가름됩니다. 자신의 직업을 중시한다면, 그 직업을 소득원으로써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치로 받아들여야 맞습니다. 아래에 나열된 조언들은 제가 실천하고 있기 때문에 제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조언들은 제 자신에게도 적용됩니다.

•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일자리는 있다”고 확신하십시오. 일자리를 구하는 사람들은 구직난을 호소하지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구인난으로 애를 태웁니다. 신임교수채용에 응모한 학자들은 채용과정의 까다로움과 편견을 비판합니다만, 공채심사위원들은 적합한 인물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합니다. 공정한 선발 과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공정하게 진행되기를 기원하면서 요구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는 데에 더 힘쓰십시오.

• 학문에 몰입하는 학자들을 가까이 하십시오. 젊은 학자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모형이 되어줄 스승, 선배, 동료, 후배가 필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를 때에는 따라해 보는 방법이 효율적입니다. 그러다가 자신의 스타일을 갖추면 됩니다. 학문에의 오리엔테이션을 누구로부터 받느냐에 따라 학자의 유형이 상당히 좌우됩니다. 학문을 직업으로 삼으려면, 반드시 학문에 혼신을 다하는 사람들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존경할 수 없는 학자들을 직면했을 경우에는, 부정적 기준으로삼으십시오. 다시 말해서, 그 사람들과 다르기 위해 노력하면 정도(正道)로 갈 수 있습니다.

• 시․공간적으로 멀리 있는 위대한 학자보다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은, 그렇지만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모형으로 삼으십시오. 의식을 해야만 인식되는 사람은 일상적인 모형이 될 수 없습니다. 수시로 접하고 피할 수 없는 주변의 학자들 가운데에서 모형을 찾아야 합니다. 그 모형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될 때에는, 여러분이 이미 그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그 때, 눈을 들어 조금 더 멀리 있는 모형 학자들을 찾으십시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여러분이 훌륭한 학자에 가까워집니다.

• 아직 학문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가능한 조속히 결정해야 합니다. 이 길이 아니다 싶으면, 곧바로 이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습니다. 학문은 적당히 해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선택하지 않은 일에 매진할 리 없고, 매진하지 않는 일이 성공할 리 없습니다. 학계에서의 업적은 창조의 결과입니다. 적당히 공부하는 것은 게으름을 연습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게으른 학자는 학문적으로 성공할 수 없으며, 학계는 지적 업적을 촉구하기 때문에, 일상적으로도 불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 읽고 쓰는 일보다 더 오래 할 수 있고 더 즐거운 일을 가진 사람은 학문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읽었는데도 이해되지 않아서 속이 상하고 글쓰기로 피를 말리는 사태는 학자들에게 예사로 일어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읽고 씁니다. 이 일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의미를 부여한 일은 어렵고 힘들수록 더 가치 있고 즐거울 수 있습니다. 읽고 쓰는 일을 피하려고 하면서도 그 일에 다가간다면, 학자로서 적합합니다.

• 학문하는 데 필요한 시간이 부족하다면, 대인관계를 줄여야 합니다. 학문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학문에 투입하는 시간은 다른 업무에 할당하는 시간과 영합(zero sum)관계에 있습니다. 학문을 위한 시간을 늘리려면 반드시 다른 일들을 줄여야 합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대인관계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부가 보험설계사의 전화번호부처럼 다양하고 많은 인명들로 채워져 있다면, 학문하는 시간을 늘릴 수 없습니다. 물론 대인관계도 사회생활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학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학문을 직업으로 선택하면 불행해집니다.

• 학문 외적 업무에 동원될 때에는 맡겨진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일에 헌신하지는 마십시오. 젊은 학자들은 어디에서 근무하든 여러 가지 업무―흔히 잡무로 불리는 일―에 동원됩니다. 선택할 수 있을 때에는 이러한 일을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는 선택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마련입니다. 그 일을 부탁한 사람들은 젊은 학자들보다 직위가 높고 영향력이 더 큽니다. 그리고 그들은 젊은 학자들이 일하는 자세를 눈여겨봅니다. 잡무를 부탁하는 사람들은 젊은 학자들에게 평생 직업을 제공하거나 추천하거나 소개하는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하기 싫지만 피할 수 없을 때에는 성실해야 합니다.

• 시작하는 절차를 생략하십시오. 논문을 쓸 때 가장 힘든 시기는 시작할 때입니다. 시작하지 않으면, 결과가 나올 리 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하면 될 일을 시작하는 절차에 구태여 의미를 부여하고 길일(吉日)이나 적일(的日)을 찾다가 실기(失機)합니다. 신학기에, 방학과 함께, 이 과제가 끝나면 시작하려니까 당연히 신학기까지, 방학할 때까지, 과제가 끝날 때까지 미루게 되고 정작 그 때가 되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새로운 변명꺼리를 만들어 미루게 됩니다. “게으른 사람은 재치 있게 대답하는 사람 일곱보다 자기가 더 지혜롭다고 생각한”답니다(성경 잠언 27:16). 논문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즉시 그리고 거침없이 많이 기록해두어야 합니다. 적기를 기다리다가는 아이디어를 놓칩니다. 사라진 아이디어는 천금을 주어도 되찾을 수 없습니다.

• 표절은 학자에게 치명적인 오명이 됩니다. 표절은 의식적으로도 그리고 무의식적으로도 일어납니다. 표절에의 유혹은 게으름과 안일함에서 시작됩니다. 표절을 알고 할 때에는 자신에게 관대하고 유리한 변명이 충분히 만들어집니다. 표절하지 않으려면 자신에게 엄격해야 합니다. 모르고 표절할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발표하기 전에 다른 사람들에게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글쓰기에 엄격한 사람들을 가까이 해야 하고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해야 합니다. 발표된 후에 표절로 밝혀지면, 감당할 수 없는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 시간과 돈을 어디에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도서구입에 인색하고 음주나 명품구매에 거침없다면 학자로서 문제가 있습니다. 읽을 책이 없으면 읽어야 할 이유까지도 사라집니다. 책을 구입하고 자료를 복사하는 데 주저하지 마십시오. 지금 당장 필요하지 않더라도 앞으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면 구입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지를 따지는 것은 책을 사지 않으려는 이유를 찾는 것과 같습니다. 그 문헌들을 읽거나 가까이 두고 보아야 아이디어가 떠오르게 됩니다.

• 새 책을 구입했을 때나 새 논문을 복사했을 때에는 즉시 첫 장을 읽어두십시오. 그러면 책과 논문이 생경스럽지 않게 됩니다. 다음에 읽을 때에는, 시작하는 기분이 적게 들어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구입한 책과 복사한 논문을 도서관 자료처럼 대하지 마십시오. 읽은 부분에 흔적을 많이 남겨두십시오.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나 반론이 생각나면, 그 쪽의 여백에 적어두십시오. 그것이 저자와의 토론입니다. 그 토론은 자신이 쓸 글의 쏘시개가 됩니다.

• 학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십시오. 학회의 주체로서 활동하고 손님처럼 처신하지 마십시오. 학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긍정적 모형들과 부정적 모형들을 많이 접해보십시오. 좋은 발표들로 모범 사례들을 만들어가고 실망스러운 발표들을 들을 때에는 그 이유들을 분석해보십시오. 학회에 가면 학문 활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학회에 가면 필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성적 자극도 받을 수 있습니다.

• 지도교수나 선배가 여러분의 인생을 결정해주지 않음을 명심하십시오. 학위논문을 작성할 때지도교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배의 조언은 학위논문을 완성하는 데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지도와 도움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그들에게 종속되어서는 안됩니다. 모든 홀로서기가 시련이듯이, 학자로서의 독립도 어렵습니다. 은사나 선배에의 종속은 그들의 요구 때문으로 이루어지기보다는, 젊은 학자들이 스스로 안주하려는 자세 때문인 경우가 더많습니다.

• 걸작(傑作)이나 대작(大作)보다 습작(習作)에 충실하십시오. 논문을 쓰지 못하는 학자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걸작에 대한 집착입니다. 이들은 다른 학자들의 논문들을 시시하다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찮게 평가한 논문들과 비슷한 수준의 논문을 쓰지 않으려고 애쓰다가 논문을 쓰는 데 엄청난 압박을 느낍니다. 걸작에 대한 소망은 학자로서 당연히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걸작은 쉽게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걸작을 지향한 논문이라고 해서 걸작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논문을 쓸 때마다 최선을 다하고 그 논문들이 쌓여지면서 걸작과 대작이 가능해질 뿐입니다.

• 학자의 길을 선택한 후에는 곧바로 연구업적에 대한 압박이 시작됩니다. 교수직을 구하려면 반드시 연구업적을 충분히 갖추어야 합니다. 많은 대학에서 연구보고서는 연구업적으로 평가해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저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합니다. 번역서에 대한 평가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낮습니다. 번역보다 창작에 몰두하십시오. 번역은 손쉬워 보이지만 아주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생색도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역했을 경우에는 지적 능력을 크게 의심받습니다.

• 학자가 되고 난 후에는 저서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압박도 만만치 않습니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러 책을 찾을 때 다른 학자들이 쓴 책들만 보이면 상당히 우울해집니다. 여기에 더하여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동료들이 교과서와 전공서를 출판할 때에는 뒤처지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학자들이 젊었을 때부터 교과서 집필을 서두릅니다. 교과서 집필은 생각과는 다르게 아주 어렵습니다. 교과서에 담길 내용은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쉽게 쓸 수 있을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논문과는 다르게, 교과서 집필은 다른 학자들도 알고 있는 내용들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구성하는 작업이어서 표절의 가능성도 아주 높고, 오류가 있을 경우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학자로서 최소 10년은 지난 후에 교과서 집필을 고려하십시오.

• 학회에 투고한 논문이 게재되지 않더라도 속상해 하지 마십시오. 학회에서 발행되는 정기학술지에의 게재 가능성은 50퍼센트 수준입니다. 까다로운 학술지의 탈락률은 60퍼센트를 넘습니다. 그리고 학계의 초보인 여러분이 중견․원로 학자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할 리도 없지 않습니까? 아이디어를 짜내어 논문을 작성한 후 발송했더니 투고양식에 맞지 않는다고 퇴짜를 맞거나, 자세히 읽어보지도 않고 게재불가 판정을 한 심사평을 받을 수도 있으며, 최신 문헌과 자료를 사용했는데 이에 대해 문외한인 심사자를 만나 거부될 수도 있습니다. 게재불가를 받은 자신의 논문보다 훨씬 못한 논문들이 게재되는 난감한 경우도 겪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을 투고해야 합니다. 학회에 투고하기 전에 학회 편집위원회보다 더 까다로운 사람들로부터 예비 심사를 받기를 권합니다.

• 학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학문 활동을 쉽게 생각합니다. “앉아서 책만 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학문은 소일거리처럼 책만 보는 일이 아닙니다. 논문작성은 피를 말리는 작업입니다. 이 일을 오랫동안 해 온 저도 논문을 작성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논문은 다른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글이 아닙니다. 인문사회계에는 깜짝 놀랄 일이 많지 않습니다. 논문의 주제는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서 찾아야 합니다. 논문은 새로운 것을 밝히는 작업이라는 점에 집착함으로써 낯선 분야에서 주제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 논문을 쓰려면 책상에 붙어 있어야 합니다. 논문의 아이디어는 직감(hunch)에서 나올지 몰라도논문 글쓰기는 분명히 인내를 요구하는 노역입니다. 책상에 붙어 있으려면 책상에 소일거리를 준비해 두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십시오. 컴퓨터는 최상의 제품을 구비하십시오. 프린터는빨리 인쇄되는 제품을 구비하고 자주 인쇄하십시오. 퇴고는 반드시 모니터보다는 인쇄물로 하십시오. 퇴고할 때에는 다른 사람의 논문을 심사하듯 비판적으로 살펴보십시오. 논문의 초고를 작성했을 때쯤이면 내용을 거의 외우게 됩니다. 그래서 오류를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아무리 세심하게 작성하더라도 초고에는 오류가 아주 많습니다. 이 오류들을 잡아내려면 그 논문을 남의 논문처럼 따져가며 읽어야 합니다. 앞에서부터도 읽고, 뒤에서부터도 읽어야 하며, 중간부터도 읽어야 할 뿐만 아니라 오래 묵혔다가 다시 읽어보기도 해야 합니다. 자신이 쓴 글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방법은 모두 동원하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는 학회에 투고했을 때 심사위원들이 남의 글을 비판하듯 읽기 때문입니다. 논문심사자들은 심사대상 논문에 대해 호의적이 아닙니다. 이들은 익명이기 때문에 객관적이며 탈락률을 높여달라는 요구를 받을 때에는 아주냉정해집니다.

• 학자의 길을 선택한 후에는 반드시 지적 업적을 갖추어야 합니다. 연구업적이 부족하면, 학계에서 설 땅이 별로 없습니다. 부족한 연구업적을 다른 것들로 보완하는 일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떳떳하지도 않습니다. 쫓기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고 우울해집니다. 자신의 전공영역에서 발간되는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들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관심이 끌리는 논문들은 복사하여 가까운 데 두십시오. 그 논문들을 끈기 있게 파고들면, 여러분이 써야 할 글의 주제와 소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젊은 교육학자들이 학자로서의 일상을 즐거워하기를 기원합니다. 여러 가지 학술모임에서 이들의행복한 미소를 보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들의 즐거움과 행복으로 한국의 교육학이 발전하기를기대합니다.

9/25/2010

김호기, 황푸장 강변에서 생각하는 식민지 시대

사상범 단속을 위한 특별고등계 경찰망으로 상징되는 식민지 국가의 고도의 감시체제는 현실정치로부터 의도적으로 거리를 둘 수밖에 없는 반(反)정치주의를 확산시켰으며, 이는 현대적 개인의 정치적 자율성을 억압하여 시민사회의 성장을 지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서구사회의 역사가 보여주듯이 시민사회 형성의 문화적 지반이 현대적 개인의 정치적 자각과 참여의 증대에 있는 한 이러한 식민지 아래서의 경험은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관찰되는 반정치주의 및 그와 연관된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가족주의 등과 같은 시민사회 심층구조의 역사적 기원의 하나는 바로 이러한 일제의 감시국가체제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진호, 한국 근대의 신은 죽었다

북유럽의 학교, 너만의 색깔로 쑥쑥 자라거라

북유럽의 학교, 너만의 색깔로 쑥쑥 자라거라 http://h21.hani.co.kr/arti/world/world_general/24379.html

15년 전 이 학교 구상 작업부터 시작해 전세계에 푸투룸 모델을 전파하는 데 열심인 일레니우스 교사는 새로운 학교 운동이 성공하려면 먼저 교육적 이념을 잘 세우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떤 사람들은 학교를 먼저 세우고 나서 어떻게 학교를 운영할까를 묻는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당연히 먼저 이론적 모델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조직을 생각하고, 그 조직에 맞는 학교를 디자인해야 한다.”

2010/3/8

사랑의 교회 건축의 신학적 문제점

교회는 non-profit organization의 하나로 거버넌스 구조에 따라 조직의 행동약식이 달라진다. 천주교의 경우 거버넌스 구조가 매우 중앙집권적인데 비해 개신교 대부분의 경우 개별 교회가 각자 조직의 자원을 동원하고 사용하는 구조로 분권화되어 있다. 말만 ‘성경적’이지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볼 때 개신교가 보여주는 온갖 문제는 교리나 개인들의 행동보다는 이 거버넌스 구조에 의한 것이 대부분인 것같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대개의 경우 목사가 될 수 있고, 개인들에게 모든 책임과 권한이 주어지니 목사들은 사람들 모으기 위해 온갖 다단계수법을 다 동원하고, 특히 크게 힘 안드는 쇼비즈나 야바위가 동원되며, 그렇게 사람들 모으면 그게 다 자기들이 힘들여서 만든 내 교회, 내 네트워크니 내 맘대로 해도 전혀 문제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전체가 한 교회이므로 이것을 독립시켜 성장시킨다 이건 내가 투입한 자원이 아까워서 못하는 것이다. 이런 거버넌스 구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 예상되고 평범한 개신교 신자들은 대부분 가톨릭으로 이동하여 한국의 대표종교는 곧 가톨릭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Dec 2009

“불신지옥”, 한국사회에 드리운 맹신의 그림자

스웨덴 남자는 여자의 가방을 들어주지 않는다

’20대 글로벌 리더 네트워크’가 뭐죠?

사회 변혁은 남 좋은 일? 바로 당신의 일이라네

유종호씨 ‘시와 말과…’ 발간

논산 반월초 이정복 선생님과 함구증 이겨낸 정혜은양

2009/11

중국의 반독점법 무섭네

요한 갈퉁과 이동복이 만났을 때

창세기 Commentary 추천 부탁드립니다

야 K님 정말 대단하시네요, 저같은 소생은 그냥 Von Rad의 문하생으로서 살아가려합니다.

칠레서 한국학축제

이런 일이 있었네. ㅋㅋ.

친일인명사전 기독교 수록인물

09.종교 09-1.기독교 박마리아 朴마리아 교육학술전쟁협력09.종교 09-1.기독교 갈홍기 葛弘基 전쟁협력09.종교 09-1.기독교 고한규 高漢奎  09.종교 09-1.기독교 곽진근 郭塡根  09.종교 09-1.기독교 구연직 具然直  09.종교 09-1.기독교 구자옥 具滋玉 전쟁협력09.종교 09-1.기독교 김관식 金觀植  09.종교 09-1.기독교 김길창 金吉昌  09.종교 09-1.기독교 김수철 金洙喆  09.종교 09-1.기독교 김영섭 金永燮  09.종교 09-1.기독교 김우현 金禹鉉 전쟁협력09.종교 09-1.기독교 김응순 金應珣  09.종교 09-1.기독교 김응태 金應泰  09.종교 09-1.기독교 김인영 金仁泳  09.종교 09-1.기독교 김종대 金鍾大  09.종교 09-1.기독교 김진수 金珍洙  09.종교 09-1.기독교 김형숙 金瀅叔  09.종교 09-1.기독교 남천우 南天祐  09.종교 09-1.기독교 박연서 朴淵瑞  09.종교 09-1.기독교 박현명 朴炫明  09.종교 09-1.기독교 변홍규 卞鴻圭  09.종교 09-1.기독교 송창근 宋昌根  09.종교 09-1.기독교 신흥우 申興雨 전쟁협력09.종교 09-1.기독교 심명섭 沈明燮  09.종교 09-1.기독교 양주삼 梁柱三 전쟁협력09.종교 09-1.기독교 오문환 吳文煥  09.종교 09-1.기독교 유각경 兪珏卿 전쟁협력09.종교 09-1.기독교 유일선 柳一宣  09.종교 09-1.기독교 유형기 柳瀅基  09.종교 09-1.기독교 윤하영 尹河英  09.종교 09-1.기독교 이동욱 李東旭  09.종교 09-1.기독교 이명직 李明稙  09.종교 09-1.기독교 이용설 李容卨 전쟁협력09.종교 09-1.기독교 장기형 張基衡  09.종교 09-1.기독교 장홍범 張弘範  09.종교 09-1.기독교 전필순 全弼淳  09.종교 09-1.기독교 정순모 鄭順模  09.종교 09-1.기독교 정인과 鄭仁果 전쟁협력09.종교 09-1.기독교 정춘수 鄭春洙 전쟁협력09.종교 09-1.기독교 조승제 趙昇濟  09.종교 09-1.기독교 채필근 蔡弼近 친일단체09.종교 09-1.기독교 최지화 崔志化  09.종교 09-1.기독교 최활란 崔活蘭  09.종교 09-1.기독교 한석원 韓錫源  09.종교 09-1.기독교 홍병선 洪秉璇  09.종교 09-1.기독교 홍택기 洪澤麒  09.종교 09-1.기독교 황종률 黃鍾律 소계 47

가톨릭 [7명]김명제 김윤근 남상철 노기남 신인식 오기선 장면

2009/10/03

20대 한국여성, 온두라스 감옥에

객관적으로 봐서, 부검결과 살해되었다는 증거가 나왔고 그 결과가 진술과 불일치하다면 살인 용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일에 연루가 되었는데, 출입국을 시도했다는 것은 세상을 너무 모르는 안이한 생각이다. 인터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뭔가 약간 불리한 경우 가능하면 기록에 남지 않지 않은 기차나 버스만 타고 비행기 타지 않고, 도서관 대출도 하지 말아야 한다. 테러이후 외국인들에 도서관 대출기록까지 정부가 접근할 수 있고 그것을 근거로 테러용의자를 추적할 수 있다. 항상 조심, 남의 나라에서는 특히 조심해야한다. 그리고 모든 나라는 남의 나라이다.

한겨레 21, 중도층 700명 표본 조사

오다가 한겨레 21을 보자니 한숨만 나온다. 어떻게 요즘같은 세상에 주요 기사가 ‘임수경’,’대공수사분실’가 될 수 가 있나. 80년대의 상처, 중요하고 치유해야하는 한 부분이다. 그러나 386들이 자기 세상에 매몰되어서 서로 치켜세우고 있을 때 ‘조용한 다수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아야할 것이다. 이 기사는 세상이 이해가 안되는 386들이 세상에 대해서 이해해보자고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같다. 가장 먼저 이해해야할 것은 사람들은 ‘진보’니 하면서 자신들을 특별한 존재로 규정하는 사람들을 믿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바도 매우 적다고 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은 다수의 희생에 편승해 자신의 이익을 충분히 달성했다고 본다. 반대로 386들은 자신들이 도덕적 우월성이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민주주의 확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제하고 있는 것같다. 그러나 그건 소아병의 결과일 뿐이다.

장(腸)이 건강해야 크고 튼튼하게 자란다

“그렇다면 장 건강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당연히 장을 괴롭히는 음식을 조절하는 것이다. 자극적인 맵고 짠 음식, 인스턴트, 밀가루음식, 튀기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 항생제나 해열제 등의 잦은 사용 등을 피해야 한다.” 깔깔 웃었다. 인스턴트, 밀가루음식, 튀기거나 기름기가 많은 음식 이거 내가 미국에서 매일 먹는 음식 아냐. ㅋㅋㅋ. 신경 좀 써야지.

09/16/2009

WP, Running For My Life

이 에세이는 story파트와 exposition파트가 약간 급격하게 전환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내용에 공감이 많이 되어서 재밌게 읽었음.

WP, Into The Wild

이 에세이도 아주 재밌게 읽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