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Archives: March 17, 2016

늑대아이

https://vimeo.com/86319005

10/10

이 놀라운 이야기는 신화와 미시사를 절묘하게 배열하고 엮어서 다층적이고도 다원적인 의미를 구성하였다. 이야기의 전개와 에피소드, 상징적인 사건들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마스터피스를 만들었다.

이야기의 주제이자 가장 중요한 이야기의 흐름은 많은 사람들이 보았듯이 어머니 “하나” 일대기이다. 순진하고 연약한 여대생이 그 모진 과정을 거쳐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아무것도 모르는 두 아이들을 키워내고 결국 각자의 인생으로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느끼는 희노애락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이다. 아들 아메가 결국 자신의 소명을 위해 떠나야 할 때 “난 아직 너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라는 하나의 말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의 소명을 받아 떠나는 아들을 보내는 성모의 거룩한 희생이 모든 어머니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숲속에 있는 곰과 곰새끼들의 모습들에서 보이듯 모든 생명의 어미니에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웃을 수 없는 억압에서 벗어나 드디어 웃음을 되찾는 모습의 변화, 꿈 속의 코스모스가 드디어 만개하는 모습, 뭉개구름이 점점 커져가는 모습 속에 “하나”가 진정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원자화되고 파편화된 도시에서 공동체적인 삶이 있는 농촌으로 이주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일본사람들의 세계관이기도 하고 보편적인 생각이기도 하다.

동시에 유키와 아메의 성장의 이야기가 신화적 원형으로 함께 전개된다.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신성이자 이질성을 감추고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기로 한 인간과, 신성을 쫓아 어머니를 떠나기로 결정한 영웅의 이야기가 신화적인 구성으로 제시된다. 여기에도 많은 상징과 의미가 있지만 많은 내용들은 결국 어머니와의 관계이다. 엄마가 만들어준 원피스 너무 예쁘다.

개인적으로 아이들이 태어나고 크고 유치원가고 국민학교 가고 하는 모습,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는 보면 애들 생각이 나서 보고 싶어 참을 수가 없다.  아기자기한 농촌에서의 삶도 진짜 저렇다면 도시의 삶은 당장 정리해도 될 것같다. 아이들을 결국 세상에 보내야 한다는  부모의 숙명에 순응하는 것도 자연의 순리와 합일되는 인간상이겠다. 다만, 나는 사냥감 잡아서 먹을 것 갖다주는 역할이나 잘 해야 하는 사냥개에 불과하다.

좀더 심층적으로 들어가보면 기실 이 이야기는 엄마가 딸에게 전해주고 딸이 이것을 재구성한 이야기이다. 아버지가 어떤 사건으로 세상을 떠나고 – 또는 자신들을 버리고 -, 자신의 운명을 찾아 나간 아들을 떠나보낸 엄마와 누나가 여성들만이 가질 수 있는 상상력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이야기이다. 자신들의 내면의 감정과 무의식이 투사되고 전이되어 형성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싱글맘으로서 살아온 그 모든 어려움을, 이 사실을 숨기고 싶어하는 딸과 함께 이야기를 통해 극복하고 살아갈 힘을 얻어낸 이야기이다. 사실 이러한 내용은 슈헤이의 이야기 속에 강하게 암시되어 있다.

영화에서 존재하는 전형을 조금 더 비틀었다면 어떤 의미가 구성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원령공주처럼 딸인 유키가 소극적이고 약한 모습에서 자신의 운명을 쫓아 산으로 들어갔다면 어땠을까.